2024. 9. 19. 01:21ㆍ카테고리 없음
서로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부딛치며 만나는 지점이 있다.
이른반 경계(boundary)다.
육지와 바다 , 바다와 하늘, 나라와 나라, 지구와 우주...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인간은 해안선, 수평선, 국경선, 대기권...이라 부른다.
데모하는 군중과 진압경찰의 대치 현장, 남북의 경계인 휴전선, 인간의 만남현장.... 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경계는 치열한 곳이다.
인간이 만든 경계든 자연의 경계든 똑 같다.
본질은 영역 다툼이다.
내 영역을 좀 더 크게 하려는 것.
모나고 커다랗던 돌들도 그 다툼에 깍이고 깍이어 모가 적은 둥글고 납작한 모양으로 변해간다.
내부가 단단하지 않던 돌들은 모래가 되어 이미 사라졌을 터.
자존감 강한 돌들만 아직 버티고 있다.
여기는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이다.
이 해변에서 듣는 저 소리는 특별하다.
용문사의 풍경 소리, 개울물 소리와는 또 다르다.
파도에 휩쓸려 밀려날 때마다 <자글자글자글...> 소리내어 단련을 견디는 듯 하다.
붕어빵엔 붕어 없고 곰탕에는 곰이 없고 칼국수엔 칼이 없잖은가?
그런데 바람의 언덕엔 바람이 있더라.
그것도 엄청난 바람이다.
체중이 1파운드(453.592g)만 가벼웠어도 아마 날려 갔을 것 같다.
산이 바다를 향해 내 달리다 갑자기 멈춰 섰다.
멈춘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도 육지와 바다의 경계이니 영역 다툼이 있지 않았나 싶다.
파도로 대항하기엔 부족함을 느낀 바다가 엄청난 바람을 응원군으로 데려와 달리는 산맥을 멈춰 세운 게 아닐까?
순전히 내 짐작이니 어디가서 얘기하진 말길..
이 언덕에서 오늘, 난 엄청난 바람을 맞았다.
바람을 맞긴 했지만 이 곳은 이번 여행의 BEST 5 중 하나다.
이 곳은 <바람의 언덕>이다.
거제파노라마 케이블카를 타고 노자산 정상에 오른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숲은 항상 몽실몽실하다.
바람의 언덕에서 넘어온 바람은 몽실몽실한 숲을 부드럽게 흔들어 주고 있다.
바다에는 섬들이 퐁당퐁당 빠져 있다.
누나 몰래 퐁당퐁당 던져 놓은 섬들 같다.
이 잘 생긴 산의 등뼈를 보라.
웅크린 호랑이 같기도 하고 미지의 절지 동물 같기도 하다.
이런 등뼈를 가진 산맥이 바다로 내달리다 바람을 맞고 바람의 언덕에서 멈춰 섰다.
육지와 바다가 자웅을 겨루는게 볼만하다.
이 산의 등뼈가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니 사람들은 저 바닷가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삶을 꾸려간다.
거제도를 떠나 통영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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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몽돌해변 바람의 언덕 거제케이블카(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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