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5. 23:33ㆍ한국기행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 메밀꽃 필무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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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저 문장이 나를 사로 잡은 적이 있다.
햐!!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 하단다.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달에 푸르게 젖었단다.
숨막힐 듯한 문장이었다.
소금을 뿌린 듯 하얀 꽃 핀 달밤의 메밀밭 풍경은 한동안 내 마음속의 이상향이었다.
봉평의 이효석 기념관과 생가에 왔다.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 수록됐던 그의 대표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에서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고 했다.
일제 시대 경성 시절 집에서 원두를 내려 커피를 마시던 그는 커피의 선구자였다.
요즘에 태어났으면 스타벅스에 앉아 글을 썼을까?
난 커피를 마실 때 마다 갓 볶아낸 커피 냄새와 잘 마른 낙엽 타는 냄새를 떠 올리곤 한다.
봉평읍내 <봉평 메밀꽃 막국수> 식당에서 냉면을 시킨다.
주방에서 직접 면을 뽑고 있다.
향긋한 메밀 생면 특유의 향이 날아 온다.
먹어 본 냉면중 가장 맛 있다.
그 향에 취해 메밀전도 시킨다.
역시 맛있다.
메밀향에 취한 김에 건너편 봉평 전통 시장 골목으로 간다.
각종 말린 산나물 향이 오케스트라 소리처럼 섞여서 날아 다닌다.
효석의 동네에 오니까 문학이 향기가 된다.
커피향...메밀향...낙엽타는 냄새..각종 산나물 향....
태평양을 건너야 하므로 메밀가루 1봉만 산다
어쩌면 소설 속 허생원과 동이가 어젯밤에 나귀등에 싣고 온 물건인지도 모른다.
길이름도 <동이길>이다.
그 옆길은 <허생원길>.....
잘 키운 소설가 하나가 여러 사람들 먹여 살린다.
지금 그 메밀이 2/3 남았다.
아껴 먹어야쥐~~
봉평을 떠나 한반도 지형, 동강을 거쳐 이제 제천 의림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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