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5. 23:22ㆍ한국기행
선착장에서 바라보니 남이섬이 청평호에 가랑잎처럼 떠 있다.
나미나라 공화국(남이섬을 이 곳에선 이렇게 부르고 있다.) 에 입국하려면 '출입국관리사무소' 를 지나야 한다.
9시 첫 배편을 타기위해 입국 심사대에서 수속을 했다.
이른 시간에 날씨가 꾸물거리는 탓일까?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가해 좋다.
5분 후에 나미공화국에 도착한다.
미국도 이렇게 가까우면 좋으련만...
이 곳엔 모든길이 다 있다.
잣나무길 은행나무길 굴피나무길 메타세콰이어길 기찻길 오솔길....
살면서 힘든 길을 지나온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면 참으로 힐링이 되겠다.
연, 수련 등이 있는 연못, 폭포도 있다.
식물과 더불어 타조, 청설모, 다람쥐, 토끼, 공작새 등 가두어 지지 않은 많은 동물들이 공존하고 있다.
하늘까지 뻗어 오르는 나무들과 광활한 잔디밭, 강물들이 그들의 공존을 돕고 있다.
이 섬은 아니... 나미나라 공화국은 평화로웠다.
생명 가진 것들의 공존이 평화의 조건 아니던가.
그것이 충족되니 평화로울 수 밖에...
어떻게든 누군가를 밀쳐 내려는 인간 사회 군상이 오버랩 된다.
남이섬은 한류의 진원지라고 한다.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 용사마(배용준) 신드롬의 영향으로 특히 일본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단다.
종사마도 한 때는 약간의 신드롬이 있었나?
가물가물하다.
이 나미나라 공화국은 예의도 바르다.
공작새까지도 멀리서 온 손님을 환대할 줄 알더라.
가히 동물예의지국이라 부를만 하다.
이 공화국에서는 마시고 버린 소주병마저 건축 재료가 된다.
소주병으로 지어진 화장실 지붕은 공작새에겐 손님을 환영하는 쇼를 선보이는 또 다른 무대이기도 하다.
관객은 딱 2명이지만 객석이 비었다고 공연을 취소하진 않더라.
우리는 하늘을 향해 쭉 뻗은 화려한 나무의 자태에 환호한다.
얼마나 멋진가!
그런데...
오늘 땅을 봤다.
이 나무들의 고통이 툭 튀어 나와 있다.
저 울퉁불퉁 튀어 나온 힘줄은 하지정맥류 아니던가.
오랫동안 서 있는 자들의 고통.
그리고 저 땅속을 상상한다.
하늘로 치솟은 가지의 길이와 맞먹는 뿌리가 있지 않던가.
농사 지어본 사람은 안다.
뿌리가 얼마나 인내하고 있는지.
인내하는 존재의 고통을 딛고 또 다른 존재에게 이런 평화와 힐링을 주니 그 또한 아이러니네.
정오 쯤 공화국에서 출국 수속대를 빠져 나오는데 이른 아침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저쪽 입국 심사대는 인산인해다.
약간의 비가 뿌리지만 아랑곳 없다.
관광 버스가 들이 닥친다.
거의 동남아 대만 일본 사람들이다.
모든게 공존하는 이 섬에서
저 사람들도
평화로운 마음을 듬뿍 담아 갔으면 좋겠다.
이제 유럽마을 거쳐 양평 용문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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