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4. 02:08ㆍ한국기행
'섬은 배를 타고 가야 제맛' 이긴 하다.
그러나 맘 내킬 때 훌쩍 떠나 올 섬도 필요하지 않을까?
기나긴 방조제와 다리들이 섬으로의 여행에 자유를 준다.
광활한 바다풍경이 심장 박동수를 UP 시킨다.
엔도르핀 수치가 저절로 올라가는 듯하다.
양옆으로 광활한 바다를 아우르며 새만금 방조제를 건넌다.
첫 번째 섬인 신시도다.
이 섬에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된게 있다.
안내문을 보니 신라 시대 최치원 선생이 이 곳 신시도 월영산(198m) 정상에 월영대라는 단을 쌓고 여기서 글을 읽었단다.
그런데 그 소리가 바다 건너 중국까지 들렸다고 한다.
과장된 이야기가 최치원 선생의 위상을 더욱 짐작케 한다.
이 섬에는 최치원 선생 과 관련 있는 유적이 여럿 있다고 한다.
고군산군도의 첫번째 관문인 신시도를 지나 무녀도의 무녀 2구 해변 마을로 간다.
해변에 특유의 노란색 미국 스쿨버스가 보인다.
미국 학생들이 수학 여행 왔나? 라고 생각 하다가 피식 웃었다.
미국 학생들이 스쿨 버스 타고 여기 까지 왔을리가...
가서 보니 버스를 테마로 한 카페인데 여러가지 유형의 중고버스를 구해다 내부를 개조해 카페를 만들었다.
저 미국 출신 노란 버스는 은퇴하고 한국에 와서 여생을 보내는구나.
썰물 때는 도보로 건너갈 수 있다는 쥐똥섬이 지금은 물위에 둥실 떠 있다.
고군산 군도의 중심이 되는 현재의 선유도의 옛 이름이 군산도였단다.
이곳에 조선 태조 때 설치한 수군부대가 세종 때 진포(현 군산)로 옮겨 가면서 이름도 같이 따라가 진포가 군산진이 되었단다.
기존의 군산도(지금의 선유도)는 옛 군산이라는 뜻으로 고군산이라 불리게 되었단다.
오래전 부터 고군산군도라는 이름이 궁금하긴 했었는데 이번에 그 연유를 알게 되었다.
옹기 종기 모여 있는 섬들이 다정해 보이고 바다가 아니라 호수처럼 보인다.
여기가 물 위에 떠 있는 섬인지?
산 안에 들어와 있는 호수인지?
물위로 불쑥 솟은 암벽 망주봉 두 봉우리가 부드러우면서도 씩씩하다.
원두막 지붕 위 악동들의 동심이 어릴 적 수박이며 사과 서리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포도와 사과 서리를 했는데 사과 서리는 나의 주도로 우리 집 과수원이 표적이었다.
(우리 과수원 서리하는데 왜 그렇게 떨리던지...ㅋㅋ)
이 악동들을 보니까..
어릴 적 그 친구들이 기억 속에서 출현한다.
미소가 지어진다. 자동으로.
비좁은 장자도에 사람이 북적인다.
이 작은 섬이 저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 바다에 가라 앉지 않고 끄떡 없는 게 신기하다.
아마 바위로 된 섬이라 그렇지 않을까?
다행이다.
어느 곳이나 듬직스런 바위들로 둘러 쌓여 있다.
장자도에서 바라보니 대장도 모습이 경복궁 뒤편의 삼각산의 축소판 같다.
운동 좀 했다고 근육 자랑하려 민소매로 팔뚝 노출한 치기어린 청년 같다.
저 멀리 섬이 구름위에 떠 있는 듯하다.
이 곳은 섬들의 고향인가.
수 많은 섬들이 추석 쇠러 와서 무슨 연유로인지 돌아가지 못해 주저앉아 머물고 있는 섬들의 고향 같다.
그래.
다정한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함께 오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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