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4. 02:22ㆍ한국기행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이 고운 금강 하구둑을 건너니 충청도 서천이다.
하구둑 철새 도래지에 생태 전시관이 잘 꾸며져 있어 조류를 관찰 할 수 있다.
5월은 철새 도래 시기가 아니라 새들이 많이는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들이 가끔씩 물밖으로 튀어 오르며 봄날을 만끽하고 있다.
이 곳은 철새들의 낙원이라 불린다고 한다.
남북을 오가는 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안성 맞춤의 환경이라고 한다.
수시로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는 일부 줏대 없는 <철새 정치인>이 철새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식시키기도 한다.
철새들은 그저 자신들의 생존의 길을 따라 <줏대를 가지고> 이동 할 뿐이다.
철새의 이동은 동서 이동보다는 남북 이동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사람이 이동하는 지구적 경로는 남북 이동보다 동서 이동이 훨씬 많다니 묘하게 대조된다.
그러고 보면 철새나 사람이나 이동의 동물 아닐까?
철새들은 인간을 경계하는 듯하면서도,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를 용인해 준다.
새들이 몸을 낮추어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 마치 “우리의 세계에 잠시 머물러도 좋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인간이 세운 하구둑이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멈추게 했지만, 그 속에서 철새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았다.
자연과 인간이 어긋나면서도 묘하게 공존하는 현장이다.
하늘을 날다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가는 새들을 바라본다.
먼 아메리카 대룩으로 떠났다 새처럼 다시 돌아와 이 곳에 잠시 멈춰 서 있는 나를 본다.
인간과 철새는 함께 머물며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행자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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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금사리에 위치한 금사리성당이다.
성당 입구에서, 빨간 옷의 한 중년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금사리 성당의 초기 교인 중 한 분의 손자인데 이 곳 토박이란다.
성당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며 자진해서 가이드 역할을 맡아 주었다.
그는 성당이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것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약 120여년 전 부여에 세워진 최초의 성당이다.
시골 마을의 미곡창고 앞마당과 맞닿은 곳에 자리한 성당은 그 당시 마을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교회나 성당은 언제나 마을의 중심에 있다.
사찰은 거의 인적없는 깊은 산속에 자리한다.
각 종교가 지향하는 바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벽돌로 한칸한칸 쌓아 올린 외벽은 성당을 한층 우아하게 만들어 줍니다.
삐걱이는 문을 열고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가운데 기둥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장의자들이 놓여 있다.
저 기둥이 초기에는 남녀 신자가 가 구별해서 앉는 좌석의 경계였다고한다.
잠시 의자에 앉아 있으니 아담하면서도 색이 고운 유리창으로 낮의 햇살이 드리운다.
성당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마을을 지켜보고 있다.
마을 사람들도 그러한 성당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듯 보인다.
금사리 성당은 그저 아름다운 예배당이 아닌, 마을을 감싸 안은 따뜻한 품 같았다.
성당의 3대째 토박이 손자분에게서는 자부심이 가득한 신앙의 내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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